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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허공 저 먼 곳으로부터 주육화상의 껄껄대고 웃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 왔다.

“하하하! 핫! 핫! 이 원숭이 새끼야! 아무리 이 화상을 골탕을 먹일 작정이라도 절반은 남

겨 둬야 한다! 한 주전자를 다 마셔 버리지는 말아 다우!”주육화상이 이렇게 남에게 애

원을 하다시피 하는 말소리는 좀체로 듣기 어려운 일이었다.세 사람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서 어리둥절했다. 아무리 머리를 짜서 생각해 봐도 세 사람 중의 한사람도 어찌 된 일인지

, 도대체 누가 나타났기에 주육화상이 결사적으로 쫓아가는지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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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상이 원숭이 새끼라고 부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무

술에 대한 조예는 주육화상보다도 훨씬 탁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야 술을 생명같이

아끼는 화상이 이다지도 뒤쫓아 가며 절반만이라도 남겨 달라고 애원을 할 리 만무한 노

릇이 아닌가?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선당 안으로 되돌아왔다.약 반시간쯤, 선당

안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별안간 등불빛이 번쩍했다.세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안을 살펴보니 주육화상은 언제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처음 앉았던 자기 자리에

태연히 앉아있지 않은가! 울상을 하고 있는 꼴이 보기에도 딱할 지경이었다.매소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주육화상! 쫓아가던 사람을 놓쳐 버리신 모양이군! 내 말이 맞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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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명이 맞장구를 쳤다.”아마 술을 훔쳐 가지고 달아나던 친구가 반 주전자도 남겨 주지

않고 뺑소니친 모양이지? 저 실망 낙담하고 울상을 하고 있는 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소?”

철배신타 도계원이 또 무슨 말을 해서 화상을 놀려 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육화상이

별안간 껄껄대고 웃으며 떠들어댔다.”헛! 헛! 헛! 술 한 주전자 말인가? 하하하! 이 주육화

상이 비록 식복이 없어서 그것을 빼앗겼다고 할지라도, 그대들 두 친구에게는 도리어 기

막히게 좋은 결과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걸!”철배신타 도계원은 그제서야 성급하게

물었다.”도대체 그 술주전자를 송두리째 가로채 간 사람은 누군가요?”주육화상은 제법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그 사람이 누군지 여러 친구들이 어디 좀 알아맞혀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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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현재, 무예계 인물들 가운데는 주육화상이

뒤를 쫓다가 놓쳐 버릴 만큼 경신술이 능란한 사람이란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화상이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천하 명주까지 빼앗기고도, 애

을 하다시피 쫓아가다가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

각했다. 그렇다면 이 인물이 과연 누구냐? 그것을 생각해 내기란 용이한 노릇이 아니었다.

주육화상은 실눈을 가느다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