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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볼 겨를도 없이, 대뜸 그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서 집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우선 왼편 방문 앞에 서서 문틈으로 방안을 엿봤다.방안은 죽음같이 조용할 뿐 아

무도 없었다. 단지 자운 아가씨 혼자서 잠에 곯아떨어져 침상 위에 얌전하게 누워

있을 뿐이었다.사마림 아가씨는 그제서야 맘을 놓고 다시 왼편에 있는 방문 앞으

로 단숨에 달려 갔다.방문 앞까지 가서 고개를 디밀고 방안을 살펴봤다.이 방 역시

죽음같이 조용했다. 소세옥은 침상 위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니 살아 있

는 건지, 죽은 건지 판단하기 곤란했다.시선을 홱 한편으로 돌리는 찰나에, 사마림

아가씨는 소세옥의 침상 앞 방바닥에 하나의 시커먼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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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발견했다. 그 시커먼 그림자는 쉴 새 없이 몸을 들먹들먹 하는 품이 울고 있는 .

사마림 아가씨는 가슴이 섬뜩했다.’도대체 이게 누구란 말인가?’또 한참 동안 자세

히 살펴보고 나서야, 그 시커먼 그림자가 적(敵)이 아니고 이편 사람이라고 단정했

다. 이 사람은 반드시 소세옥이 중상을 입고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슬픔이 복

받쳐 올라 그대로 방바닥에 꿇어앉아 어깨를 들먹거리며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이라

고 판단했다. 그 사람은 전신에 시커먼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칠흑같이 새카맣

고 기다랗고 윤기가 짜르르 흐르는 머리를 얌전하게 뒤로 빗어 넘긴 것으로 보아,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만씨댁 빙여 아가씨일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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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림 아가씨는 꽤 오랜 동안 망설였다. 생면 부지의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맨 처음에는 두 어깨만 들먹거리며 소리 없이 흐느껴

울기만 하던 그 시커먼 그림자의 여자는, 차츰차츰 소리를 내서 엉엉 목을 놓아 울

기 시작했다.그 통곡 소리는 애절하고 처량하게 방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마치 심

산 유곡에서 깊은 밤에 원숭이가 구슬프게 우는 듯, 듣는 사람의 창자를 끊어 놓을

것만 같았다.사마림 아가씨는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문 밖에 서 있었다. 비록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소세옥이란 청년과 이만저만한 보통 사이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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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히 교분이 깊은 남녀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 어떤 여자가 감히 남자 앞에서 이렇게 애절하게 통곡할 수 있단 말인가?이런 판단

을 내렸기 때문에, 사마림 아가씨는 섣불리 울고 있는 여자를 건드리기 싫어서 그

동정만 살피고 방문 밖에 조용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