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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중(門中)에서 부상을 치료하는 성약(聖藥) 한 가지를 잡수시게 해드렸으니, 십

중 팔구 무사히 회복되시리라고 믿습니다.”세심신니는 적이 안심했다는 듯하면서도,

얼굴에는 여전히 극도의 불안과 초조가 감돌고 있었다.”그렇다면 천각선사는 응당 빨

리 되돌아가시어 사찰을 지키셔야할 게 아니겠소?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또다시 침

범하는 자가 있다면, 그때에는 삼보고찰이 그야말로 무슨 꼴이 되겠소?”천각선사는 세

심신니가 깨우쳐 주는 말에 번쩍하고 맑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냉정 침착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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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고 정중하게 대답했다.”선배님께서 분부하시는 말씀대로 즉각에 돌아가겠습니

다!”말을 마치자 그는 다시 몸을 돌이켜 매소천과 제일명을 보고 말했다.”두 분 형들은

우리 사문(師門)의 몇몇 친구들의 시체를 잘 좀 봐주시오! 이 천각은 먼저 사찰로 되돌

아가서 곧 딴 친구들을 보내서 시체를 수습하도록 할 것이니‥‥‥‥”마지막으로 한편 손을

가슴 한복판에 대서 정기봉에게 작별의 인사를 표시하고 몸을 바람처럼 훌쩍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각선사의 뒷그림자는 멀리멀리 보이지 않는 시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이때까지도, 점창파의 영도자 신후 학거비는 이 자리에 나타나는 기색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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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매소천과 제일명은 학거비에 대해서도 꼭같은 추측을 하고 있었다.그도 역시 길한 일

보다는 불길한 일이 더 많을 것이며, 어디선지 죽어 버리지 않았으면 중상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천각선사가 자리를 뜨고 난 다음에, 성수신검 정기봉은 매소천과 제일명에게

두 손을 맞잡아 흔들며 인사를 표시하고 자못 점잖게 말했다.”이 정기봉은 우리 봉명장 삼

기들의 뒷수습을 해야 되겠기에, 몇 발자국 먼저 돌아가야겠소. 천하제일방에 관련되

는 일이라면 두 분 두령님들께서 언제든지 나를 불러 주시오. 이 정기봉은 절대로 비

겁하게 뒤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니‥‥‥‥”말을 중단하고, 정기봉은 고개를 돌이켜 뒤

를 돌아다보며 뭣인지 몇 마디를 분부하는 모양이었다.정기봉의 등덜미에 서 있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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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장정들이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아 나왔다. 저마다 한 구씩 무예계 삼기라 일

컫는 봉명장의 고수들의 시체를 등에 떠멨다.정기봉은 다시 위엄이 넘치는 표정을

하고 딸 자운 아가씨에게 타이르듯 말했다.”자운아! 너는 빨리 세심신니님을 모시고

봉명장으로 돌아가서 며칠 편히 푹 쉬시도록 해드려라! 안으로 밖으로 사태가 복잡

다단한 이런 시기에는, 함부로 밖으로 나돌지 말고 몸을 근신하고 집이나 지키고 있

으란 말이다! 이 아비의 분부하는 말을 잘 알아들었겠지?”세심신니는 성수신검 정기

봉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자상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