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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각선사는 또 한 번 격분한 음성으로 호통을 치면서 몸을 날쌔게 빙글 돌렸다. 두 손을

펼쳐서 엇비슷이 겹쳐 가지고 공격의 태세를 갖추고도 이번에는 섣불리 손을 쓰지 않았

다.그가 바로 몸을 빙글 돌리는 순간에 나무 위에서 한 장의 종잇조각이 펄럭이며 날아

내려왔다. 그때까지도 빈정 거리는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들려 왔다.”헤헤헤! 헤헤!”

그러나 종잇조각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에는 그 빈정거리는 웃음소리도 멀리멀리 사

라져서 밤하늘 저 높은 곳으로 숨어 버렸다. 그 신법이 빠르고 날쌔기가 소림파 제이대

의 고승 천각선사로서도 감탄하여 마지않을 정도였다.천각선사는 종잇조각이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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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으로 왈칵 달려들어 다짜고짜로 그것을 집어 봤다.그 종잇조각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소림, 화산, 무당 삼파에게 경고하노라. 무예계에 여러 문파(門派)와 방교(幇

敎)가 난립된 이래 각각 자가 문호(自家門戶)의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치열한 결투가 그

칠 날이 없었으며, 거기에 따르는 원한과 보복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져 가고 있

다. 나, 천하제일방의 방주는 이점을 심히 유감스럽고 측은하게 생각한 끝에, 비장한 각

오와 결심으로 무예계를 통일하여 이런 불미한 각문 각파(各門各派)의 고집과 살륙 행위

를 영원히 제거할 뜻을 품게 되었다. 이에 본방주는 소림, 화산, 무당 삼파를 삼월 이후

부터 천하제일방의 분방(分幇)으로 지정하는 것이니, 그대들 세 사람은 우리방의 부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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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副幇主)의 직책을 맡아 가지고, 아울러 각 분방의 방주가 되어서 문하(門下)의 인원들을

통솔해야 할 것이다. 일후에 그대들은 추호도 딴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될 것이며, 앞으로

사흘 이내에 각자가 무예계에 성명서를 발표하여 각각 자파(自派)를 해산하고 천하제일

방에 귀속하게 됨을 명백히 선언해야 된다. 본방주의 이런 뜻을 거역한다면 청성, 점창

파가 당한 처참한 운명을 너희들도 면치 못할 것이니, 심사 숙고해서 처신하도록 재삼 경

고해 두는 바이다.종잇조각에 적힌 글자를 끝까지 더듬어 내려간 천각선사는 극도로 치

밀어 오르는 격분을 못 참아 양편 눈 귀퉁이가 찢어질 듯이 치올라갔다. 혼자서 입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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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내놓을 수 없는 말을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 호통을 쳐 보는 것이었다.’좋다 네놈이

결국 천하무예계를 통일해 보고 싶다는 야망이지? 흥! 우리 소림파의 인원이 최후의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날까지는, 네놈의 소원을 그다지 쉽사리 성취시켜 주지는 않

을 것이다.’불길 같은 분노 속에서 이런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을 때, 고찰(古刹) 안으로

부터 두 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날아들었다. 바로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과 무당파의 제일명이었다.매소천은 땅 위에 우뚝 버티고 서자마자, 두 눈이 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