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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빛, 그리고 보랏빛 두 줄기 광채가 방안으로 쏜살같이 날아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먼저 이

방에 침입했던 시커먼 사람의 그림자는 온데간데가 없었다.이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

떤 노인의 자상한 음성이 천천히 들려 왔다.”얘! 빨리 등잔불을 밝혀라. 누군지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별안간 부싯돌이 탁! 하고 맞부딪쳐져서 번쩍하고 불이 일어났다. 보

랏빛 의복을 입은 아가씨가 기름 등잔에 불을 붙였다. 등잔 불빛이 다시 방안을 환하게 비추

기 시작했다.방 저편 구석에 서기가 나자빠져 있었다.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으며, 입 귀퉁

이로 시뻘건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아앗!”등잔 불빛이 밝혀지자, 유사고 아가씨는 자지

러지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단숨에 스승의 곁으로 달려가서 울음 섞인 음성으로 부르짖

었다.”스승님! 스승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이때, 이 초가집 방안에 나타난 키가 작달막

하고 늙은 여승은 바로 세심신니였다.불호(佛號)를 외면서 말했다.”나무 아미타불! 얘야, 빨리

가 보아라. 서기 주총이란 분의 상처를 치료해 드릴 가망이 있을지도 모르니‥‥‥‥”보랏빛 옷

을 입은 아가씨는 물론 세상 사람들이 자운봉이라 일컫는 정자운(丁紫雲)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선뜻 몸을 날려 방 저편 구석으로 달려갔다.자세히 살펴보니 서기 주총은 가슴 한

복판의 의복이 갈가리 찢겨졌으며, 드러난 가슴에는 한 개의 거무튀튀한 보랏빛 손바닥의

형상이 도장처럼 찍혀 있었다.아가씨는 아연 실색.”스승님! 이분 가슴에는 보랏빛 거무튀튀

한 손바닥 도장이 찍혀있는데요.”세심신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 왜염라(矮閭羅)란 자의 짓이었구나. 어쩐지 방안에서 뇌성 벽력 같은 소리가 들리

더라니‥‥‥”자운 아가씨가 대뜸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물었다.”그건, 바로 천하제일방의

금환사자 신십삼(辛十三)이란 자 말씀인가요?”서기의 신변 가까이 엎드려서 애절하게 통곡

하여 마지않던 유사고 아가씨는 돌연 울음을 그쳤다. 얼굴이 온통 눈물에 젖어 가지고 세

심신니를 쳐다보며 말했다.”스님! 자비심을 베풀어 주십시오. 빨리 우리 스승님의 목숨을

구해 주십시오.”세심신니는 천천히 품속으로부터 조그마한 악병 하나를 더듬어내서 자운

아가씨에게 주었다.”그자의 풍뢰장(風雷掌)이 제아무리 무섭다 해도 지금 곧 손을 쓰면 아

마 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자운 아가씨는 조그만 약병을 기울여서 두 알의

환약을 손바닥에 쏟아 가지고, 한 알을 서기 주총의 입 속에 틀어넣어 주었다.그러고 나

서 또 한 알을 유사고 아가씨에게 주면서 말했다.”아가씨! 이 환약을 물에다 개어 가지고

상처에다 발라 드려요. 울기만 하지 말고‥‥‥ 이건 세심암(洗心庵)의 회생단(回生丹)이니

까, 아가씨의 스승님께서는 생명의 위험까지는 없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