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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같은 일개 젊은 아녀자가 안중에 있을 리 없었다.”헤헤헤! 헤헤!”또 한 번 빈정거리는

웃음소리를 터뜨리면서 몸을 바람개비처럼 날쌔게 빙글 돌려서 아가씨의 칼의 공세와 손가

락 끝의 공세를 슬쩍 피해 버리며, 그와 동시에 왼손을 높이 쳐들어서 휘두르며, 오른손의

하나밖에 없는 손가락을 꼿꼿이 뻗쳐서 사마림 아가씨를 찔러 버리려고 덤벼들었다.매소

천은 시커멓고 칼끝 같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나지막한 음성으로 무당파 영도자 제일

명에게 넌지시 말했다.”제 형! 저 아가씨가 아마 사마 선생의 무남 독녀 외딸인 모양인데

‥‥‥ 형편을 보니 아무래도 일견사 허비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소.”제일명은 두 눈

을 똑바로 뜨고 허비와 사마림 아가씨의 대결하는 광경을 노려보고 있었다.눈 한 번 깜짝

하지 않고 있다가, 홀연 매소천의 말에 대꾸했다.”맞았소. 저 아가씨가 쓰고 있는 수법이

바로 천산지 수법이오!”제일명의 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일견사 허비는 사마림 아가씨를

찌르려던 손가락 끝이 허탕을 치고 말자, 돌연 괴상한 음성으로 너털웃음을 쳤다.”으흐흐

흐흥!”하나밖에 없는 손가락을 다시 얼른 뒤집더니 쌩하는 매서운 소리를 내면서 칼끝같

이 모진 지풍을 뻗쳐 내면서, 사마림 아가씨가 몸을 피해 서 있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육

박해 들어갔다.허비의 일지(一指)의 공격은 빠르고 모질고 매서웠다.사마림 아가씨는 앞

으로 육박해 들어가려던 몸을 금시에 피할 만한 겨를이 없었다.표정이 추상같이 싸늘해

지면서 백설같이 흰 이빨이 아랫입술을 으스러져라고 깨물었다. 비장한 결심을 했다. 나도

죽고 너도 죽자는 최후의 각오였다. 별안간 손에 잡고 있던 장검을 허비를 향하여 있는 힘

을 다해서 화살을 꽂듯 던져 버렸다. 그리고 칼이 날아 들어가는 틈을 타서 몸을 간신히

오른편으로 살짝 쪼그리고 아슬아슬하게 허비의 지풍(指風)을 피했다.사마림 아가씨의 장

검은 요란한 쇳소리를 내면서 한 줄기 무지개처럼 허비의 앙가슴 한복판을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비는 몸을 피하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왼손을 불쑥

뻗쳐서 날아드는 칼을 단숨에 덥석 움켜잡아 버렸다.바로 다음 순간에,”아야야얏!”하는

애처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사마림 아가씨가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뒤로 벌렁 나자빠졌

다.아가씨는 앙가슴 한복판을 노리고 육박해 들어오는 허비의 일지(一指)의 공격을 결사적

으로 피하기는 했으나, 결국 그 찰나에 왼편 어깨로 습격해 들어온 허비의 손가락 끝을

피할 만한 겨를이 없었던 것이었다.아가씨의 왼편 어깨에는 당장에 손가락 하나만한 굵기

의 구멍이 뚫어져서 시뻘건 핏줄이 뻗쳤고, 가슴의 왼편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