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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약화 아가씨는 노인이 불쑥 묻는말에 다소 당황했으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선뜻 솔직

히 대답했다.”네! 그래요! 노인께서 기왕에 이 고장을 지나쳐 가시게 되셨으니 ‥‥‥ 좀 힘이‥‥‥ 되

어 주실 수는‥‥‥?””얘야! 핫‥‥‥ 핫‥‥‥ 핫‥‥‥‥”노인은 갑자기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말을 계속했다.”너의 의사는‥‥‥ 이 노부가 이 고장에 남아 있다가 이번

무예계의 분규에 어떤 해결책이 서도록 힘이 되어 달라는 것이겠지?””그렇게만 해주시면 무예

계를 위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어요?”송죽 노인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차근차근히 말을

해 내려갔다.”그러나‥‥‥ 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노부

는 두 번 다시 무예계의 시끄러운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오늘 새삼스럽게 시작된 것

이 아니다. 또 방금 나는 한 가지 일을 생각했다.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 만빙여라는 아가씨가

바로 신영시자의 제자라는 그 청년을 찾아왔더라구·‥‥ 그래서 너는 토라져서 헤어져 버린 거라며

? 그렇다면 만빙여라는 아가씨와 너는 서로 적대시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게 아니냐? 하기야 그

것은 단순한 애정의 문제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그 청년도, 만빙여 아가씨도 똑같이 천하제일

방 방주 무영객과는 완전히 원수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니까‥‥‥ 만빙여의 할아버지‥‥‥ 그 늙은 괴

물‥‥‥ 현도노인만 나선다면, 이 노부는 알을 체하지 않아도 아무 걱정 없다. 다시 말하자면, 정말

수습할 도리가 없게 되는 마지막 판국에는 현도노인도 팔짱을 끼고 서서 남의 일 보듯 모른 체

는 하지 못할 것이다.”매약화 아가씨는 송죽 노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아가

씨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왜 그런지 만빙여 아가씨의 할아버지인 현도노인이 나서서 이번 분규를

가라앉혀 주기를 바라고 싶지는 않았다.차마 입 밖에 내어 말은 못하고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

다.송죽 노인은 매약화 아가씨의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보는 듯했다.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얘! 너는 또 하나 다른 일을 걱정하고 있는 거지?”매약화 아가씨는 딱 잡아뗐다.”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송죽 노인은 호탕하게 껄껄대고 웃었다.”핫! 핫! 핫! 네가 나는 못 속이느니라! 어

차피 그 늙은 괴물 현도노인이 나타나면 나도 어쨌든 한 번은 만나봐야 된다. 얘! 너와 소세옥

이란 청년과의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있어야 될테니까‥‥‥”매약화 아가씨의 얼굴

은 또다시 화끈하고 달아 올랐다.그러나 송죽 노인의 말은 매약화 아가씨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매약화 아가씨는 소세옥과 저지른 일을 오라버니 매소천에

게 부끄러워서 사실대로 말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또 자기의 오라버니로 말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