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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그러면 자네, 나를 위해서 일 한 가지를 해주겠다고 약속하게!”주육화상은 그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네! 네! 네! 한 가지는 그만두고 천 가지 만 가지 일이라도 해

드리기로 약속하겠소!”현도노인은 그제서야 정색을 하고 소리를 벌컥 질렀다.”빙여야!

그만 내버려둬라! 그의 한 목숨을 살려 두었다가 우리 일에 써 먹을 때가 있을 것이니

‥‥‥‥”주육화상은 몸을 날려 도망질을 치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명수였다.만빙여

아가씨는 현천신법과 검법(劍法)까지 발휘해서 그를 붙잡으려고 애썼지만, 화상의 옷자

락 한 번도 스쳐 보지 못했다.약이 바싹 올라서 이를 악물고 있는 판에 현도노인의 말소

리가 자못 엄격하게 들려 오는지라 어쩔 수 없이 몸을 멈추고 땅위에 내려섰다. 쌔근쌔

근 가쁜 숨소리를 연발하면서 아가씨보다도 먼저 땅 위에서 내려서 있는 주육화상을 잡

아 삼킬 듯이 노려봤다.주육화상은 이마 위에 맺힌 구슬 방울 같은 땀을 손으로 씻으면

서, 매소천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하고 내밀어 보였다.”매 형! 모두가 매 형 때문이오! 하

마터면 이 화상의 모가지가 달아날 뻔했으니 말이오!”매소천은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누가 자네더러 평소에 주책없는 짓을 하라던가? 그렇지만 않다면야 이 아가씨도 화상 아

저씨라는 자네를 이렇게 대할 까닭이 있겠나?”주육화상은 그래도 여전히 주둥이를 나불

거렸다.”좋소! 매 형까지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으니‥‥‥‥ 그러나 조심하시오! 나는 매 형

의 그 옥퉁소를 훔쳐다가 술하고 바꿔서 마셔 버릴 테니까‥‥‥”만빙여 아가씨는 역시 못마

땅한 표정으로 버티고 서서, 또 한 번 주육화상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도노인이 호통을 쳐서 가로막아 버렸다.”얘! 함부로 까불지 말라니까!”아가씨는 그래도

굴하기 싫다는 듯, 가냘픈 허리를 두 손으로 잔뜩 버티고 서서 매섭게 쏴 붙였다.”사흘 안

으로 나에게 사람 하나를 찾아내 주기로 약속했단 말예요. 그 사람을 꼭 찾아내야만 될걸

! 그렇지 않으면 대갈통을 두 쪽으로 내놓고 말 테니까‥‥‥‥”비운은 그 말을 듣자, 입을 삐

쭉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중얼댔다.’정말 고집 불통에다 맹추, 벽창호! 사람이 죽어 버렸는

데 어디 가서 찾아내란 말일까!’그러나 뉘 알았으랴!주육화상이 자기 머리를 자기 손으로

몇 번인지 찰싹찰싹 때리면서 다음 같은 말을 할 줄이야.”좋아! 사흘 동안에 내 꼭 소세옥

이란 청년을 찾아내 주지! 못 찾아낸다면, 그땐 정말 조카가 내 대갈통을 두 쪽 내 버리란

말야!”가소롭기도 했다. 그러나 꾹 참고 성급히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