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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추악한 노인은 둘째 방사(房舍)에서 쉭쉭쉭하고 세 번 연거푸 들려 오는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소위 봉명장의 삼기(三寄)라는 거물들이 달려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연거푸 세 번 들려

온 휘파람 소리가 그치자, 세 번째 방사의 뜰에서도 네 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치솟아 올랐다.갈팡질팡

하는 여러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서 홀연, 나무 아미타불을 부르는 찌렁찌렁 울리는 음성이 들려 왔다.

그 음성은 귀를 찌를 듯이 날카로왔다. 추악한 노인은 깜짝 놀라서 꽃나무 틈으로 살며시 내다봤다. 네

사람의 그림자 중에서 두 사람은 알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것은 바로 불로신선 여허와 아미수로 두

노인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두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었다.그중 한 사람은 누런 광채 속에 몸이 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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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있는데, 신장이 팔 척이나 되고 몸을 쓰는 품이 날쌔기가 결코 봉명이로(鳳鳴二老) 두 노인에게 지

지 않을 만했다.추악한 노인은 그들을 경멸하듯, 빙그레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댔다.”오늘밤

에는 정말 가관이다. 봉명장엔 과연 걸물들이 많기도 하다.”삼기(三奇), 이로(二老), 곤륜황승(崑崙黃

僧), 장백장인(長白長人), 일곱 명의 거물들이 동시에 봉명루 앞에 내려섰다.삼기는 왼편으로, 이로

는 오른편으로, 그리고 황승과 장인은 맨가운데에 섰다.일곱 줄기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번쩍번쩍 사

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뭣인지 탐색하고 있으면서도 한 발자국도 떼어 놓지는 않았다.봉명오음 중에서

남아 있는 세 놈의 장정들도 뒤쫓아 달려와서, 꽃나무 숲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우뚝 버티고 섰

다.추악한 노인은 남몰래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심 생각했다.’봉명장 놈들은 돌발 사고 앞에도 흐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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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없는 것을 보니, 과연 수십 년 동안 무예계의 패자로 군림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구나! 이점만

은 감탄할 만하다!’바로 이때 봉명루 위에서는 또 종소리가 아홉 번이나 울렸다. 누각 아래 대문이

열리면서 봉등 열둘이 앞장을 서고, 그 등불 뒤로는 일곱 명의 우락부락한 장정들이 꼭같이 은빛

옷을 입고 등에 장검을 메고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일곱 명의 장정들 뒤로는 예순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또랑또랑한 눈초리와, 또박또박한 걸음걸이로 서서히 따라 나오고 있었다.노인의

뒤에는 또 일남 일녀(一男一女). 남자는 네모진 봉기(鳳旗)를 들고 있었다. 바로 봉명장 장주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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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主旗)다.여자는 손에 유난히 기다란 고검(古劒) 한 자루를 잡고 있었다. 서슬이 시퍼렇게 번쩍

번쩍 광채를 발산하는 그 고검이야말로, 무예계를 제패하고 압도하고 있는 천하 무적의 이룡신

검이었다.이 노인이 바로 성수신검 정기봉이다.그는 대문 밖으로 걸어나오자 돌층계 한복판에 걸

음을 멈추며 떡 버티고 섰다. 빙그레 웃는 모습. 그러나 두 눈동자만은 사방을 비로 쓸 듯이 단번

에 휘둘러 왔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 싸늘한 광채가 밤하늘로 뻗쳐 올라가는 것 같았다.

화를 내거나 노하지 않아도, 그 위엄만 가지고도 사람을 굴복시킬 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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