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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빙여 아가씨는 여전히 노인을 얼싸안은 채 가냘픈 허리채를 마구 흔들면서 얼빠진

사람처럼 중얼댔다.”안 돼요! 이분이 죽어서는 안 돼요! 할아버지가 살려 주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저는‥‥‥‥”현도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쓸데없는 소리다! 천하에 이 청년을 구할수 있는 약은 없다!”만빙여 아

가씨는 갑자기 서너 걸음을 뒤로 선뜻 물러나갔다. 당장에 두 눈이 흐리멍텅해진 사람

현도노인이 또 말했다.”그렇다! 얘야! 이런 끔찍한 극약의 독소를 치료할 만한 약은 없

다!”만빙여 아가씨는 한 마디를 내뱉듯이 던졌다.”그럼, 죽게 내버려 두란 말씀인가요?”

현도노인은 곰방대를 몇 번인지 뻐끔뻐끔 빨았다. 입에서 내뿜는 담담하고 푸른 담배

연기가 노인의 얼굴에 안개처럼 서리었다.노인의 침착한 말소리가 또 들렸다.”나는 방금

저 강주라는 아가씨에게도 말했다. 이 청년을 땅에 파묻도록 하라구‥‥‥ 그렇게 하는 것

이 당자도 살아서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음 편할 것이라구‥‥‥‥””그걸 말이라

구 하세요?”만빙여 아가씨는 격분을 못 참아 울부짖듯 소리를 지르고, 연방 목청이 터져

라고 악을 썼다.”그건 안돼요!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생매장을 하란 말인가요? 그건 너

무나 처참해요! 너무나 잔인해요!”이때, 강주 아가씨도 울음을 그치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래요, 언니! 그건 너무나 혹독한 짓이

에요!”만빙여 아가씨는 몹시 마땅찮다는 눈초리로 강주 아가씨를 흘겨봤다. 욕설이라도

퍼부어 주고 싶다는 듯 독살스런 표정이었다.이때 홀연 땅바닥에서 엎치락뒤치락 몸부림

을 치고 있던 소세옥이 갑작스레 듣기에도 처참한 신음 소리를 터뜨렸다.”끄으으응! 끙!”

그 신음 소리는 귀신이 우는 듯, 이리가 울부짖는 듯, 떨려 나오는 음성이 공중으로 퍼지

면서 듣는 사람의 간담을 흔들었다.몇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소세옥의 몸으로 쏠렸다. 불쌍

하고 딱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다 같이 속수 무책이었다.현도노인이 또 말했다.”얘들아!

역시 내 말대로 이 청년을 땅속에 파묻어라! 너희들도 보고 있잖으냐! 이 청년이 얼마나

괴로와하고 있는지를‥‥‥‥”만빙여 아가씨가 돌연 쿵하고 발로 땅을 구르며 칼끝같이 뾰족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안 돼요! 파묻는다 해도 우리 영산에다 매장해야 돼요!””영산이

라뇨?”강주 아가씨가 얼굴을 발딱 쳐들며 만빙여 아가씨를 빤히 노려보며 다음 말을

계속했다.”내 생각 같아서는, 역시 신영궁으로 모시고 돌아가려고 하는데요!”비운은

약이 바짝 올라서 견딜 수 없었다. 입을 삐쭈하면서 만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