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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세 사람을 극도로 놀라게 해놓고, 바로 그 찰나에 세 사람을 꼭같이 죽여 버린 모양

이었다. 미처 얼굴의 표정이 변할 사이도 없이 처참하고도 걷잡을 수 없이 재빠른 상대방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죽어서까지 얼굴에서 경악의 빛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

었다.이 일곱 사람들이 각각 방향을 달리했지만 하나의 테두리를 이루고 죽어 자빠진 광경

을 보면 어떤 인물 하나를 그들이 포위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그러나 두 그루의 굵

직한 버드나무 허리가 두 동강으로 잘라졌다는 것 이외에는 그들이 치열한 싸움을 했다거

나 악전 고투했다는 흔적은 추호도 찾아낼 수 없었다. 마치 일곱 사람이 처음 서 있던 각자의

위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여 본 것 같지 않았다. 또 그들 일곱 사람은 어떤 일종의 절세(絶世

)의 놀라운 무술 재간 앞에 꼼짝달싹도 못하고 찍소리도 못하고 꼭같은 순간에 일제히 죽어

버렸다고 단정할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곱 사람이 꼭같이 저마다 입으로 이미 보

랏빛으로 변한 선혈을 내뿜다가 그대로 숨져 버렸고, 가슴과 땅바닥이 넓적한 지도를 그린

것같이 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매소천은 자기의 눈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이들 일

곱 사람으로 말하면 모두가 삼 파와 봉명장의 가장 쟁쟁한 고수급 인물들이다.아무리 생각

해 봐도 천하제일방의 방주 무영객이 제아무리 신출귀몰하고 불가사의한 무술의 절세의 재

간을 지니고 있다손 치더라도, 같은 순간에 무예계의 고수급 인물 일곱 명을 모조리 죽여 버

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만 같았다.하지만, 무영객 이외에 또 어떤 다른 사람이

이처럼 무시무시한 절세의 무술 재간을 몸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을 것인가?

이제, 매소천은 아홉 구의 고수급 인물들의 시체를 목격한 셈이다.그러나 매소천이 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는 것은, 어째서 소림파의 명원방장이 이 자리에 보이지 않느냐는 점이었

다. 또 무당파의 제일명이 어디로 갔느냐는 점도 이상하게 여겨졌다.그리고 점창파의 신

후 학거비와 봉명장의 장주 정기봉은?이치로 따지자면 이들 아홉 사람은 응당 그들의 영

도자나 장주를 따라서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났어야 될 것이 아닌가?그런데 어째서 이들만이

이 자리에 죽어 자빠져 있고, 영도자와 두령급인 네 사람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일까?단지 한 가지의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점은 있었다.그것은 삼 파의 영도자들과 봉명

장의 장주 정기봉이 일제히 행동을 같이해서 무영객의 뒤를 추격해 갔으리라는 점.

그러나 싸움판이 되었던 현장에 추호도 결투를 했다는 흔적을 찾아낼 수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에는, 그들 네 사람의 두령급들이 이 버드나무 숲속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고 단정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