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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술이에요! 하지만, 뭔지도 모르시고 마셨으니, 하룻밤 푹 쉬고 나시면 아무 탈도

없으실 거예요!”바로 이때, 연비는 웬일인지 갑자기 전신이 화끈화끈 달아 오르고 불덩

어리 같은 열이 치미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

질을 치며, 정신이 어질어질, 몽롱한 시선으로 도홍의 얼굴만 잡아 삼킬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뭣인가 도홍에게 필요한 것이 있어서 못 참겠다는 눈초리였다.도홍은 입을 쫑긋

쫑긋, 소리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손짓을 해서연비를 불렀다.”이리 오세요! 어서!‥‥‥ 저쪽

방으로 들어가서 한잠 푹 주무시면 괜찮을 거예요! 누가 그런 술을 뭔지도 모르시고 함부

로 마시시라고 그랬어요? 혼이 좀 나셔도 할 수 없는 일이죠!”연비는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억제할 수 없었다. 두 다리가 휘청휘청, 몸을 흔들흔들하면서 도홍의 뒤를 따라서 대청 뒤

에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연비는 모든 일을 깨끗이 잊어버렸다. 단지 극도의 흥분

상태 속에서 전신이 와들와들 떨렸고, 전신의 피란 피가 모조리 급속한 순환을 시작해

서, 팽창하다 못해 터져 날것만 같았다.방안으로 들어 서자마자, 연비는 도저히 그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별안간 두 팔을 활짝 펼쳐서, 마침 침상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도

홍을 덥석 껴안으려고 했다.도홍은 연비가 이런 행동을 하리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

었다. 몸을 교묘하게 살짝 옆으로 피하면서, 가냘픈 손을 날쌔게 뻗쳐서 연비의 등덜미

를 발칵 떠밀어 버렸다.도홍을 껴안으려다가 허탕을 친 연비는 자신이 도리어 침상 위에

폭삭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 번 쓰러진 몸을 좀체로 일으킬 수가 없었다.도홍

은 방정맞게 웃으면서 뇌까리듯 종알댔다.”오호호! 세상에 참 별꼴을 다 보겠네! 나는 당

신 같은 남자의 품속에 안길 만한 복을 타고 나지 못한 계집애란 말예요! 이러지 마시구

다른 여자나 찾아보시지! 흥!”말을 마치자 도홍은 침상의 휘장을 쳐 버리고 날씬한 허리

채를 한들한들하면서 갸우뚱갸우뚱 방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연비는 이때, 하늘과 땅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뿐, 뭐가 뭔지 모든

이 잊어버렸다. 단지 한 가지 미칠 듯이 필요함을 느끼는 것은 여자의 육체뿐이었다.눈이

뒤집힐 것만 같이 그의 몽롱한 시야에 어른거리는 것은 벌거벗은 여자의 탐스러운 육체

뿐이었다.바로 이 순간에, 천수관음 손추평이 방문을 살그머니 밀치고 안으로 걸어 들어

왔다.침상 위에 연비가 자빠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하고 혼자말로 중얼

중얼했다.”아이구, 정말 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