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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곡을 지나서 너희들은 곧장 북쪽으로 가거라. 약 십 리쯤 더 가면 그곳에 또 한 군데

여승이 거처하는 암자가 있다. 죄암(罪庵)이라고 부르는 암자다. 정기봉 장주의 부인 담경영

여사는 그곳에 계실 거다. 그리고 소세옥이라는 젊은 친구도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다.”사마

림 아가씨의 놀라움은 이루 형언키 어려웠다.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어서 아가씨의 음성은

떨려 나오기조차 했다.”시‥‥‥신니 할머님! 어쩔려구 이러시는 겁니까?”세심신니는 어디까지

나 냉정 침착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얌전하게 웃었다. 그리고 음성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이 늙은 여승에 관한 일일랑 이것저것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너희들은 앞으로 자연 알게 될

것이니까‥‥‥ 시간이 촉박하다! 너희들도 한시 바삐 이 자리를 뜨거라!”말을 마치자, 세심신니

는 몸을 돌려 자운 아가씨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별안간 한쪽 손을 불쑥 내밀더니 자운

아가씨의 수혈(睡穴)을 꼭 찔러 버렸다.사마림 아가씨는 그 이상 무슨 말을 더 물어 볼 수도

없었다. 수혈을 찔러서 인사 불성이 된 자운 아가씨를 어깨에 떠메고 큰 구멍으로 내려서서

지하로 들어섰다.세심신니는 침상(禪床)을 제자리로 도로 밀어 놓아 구멍을 감쪽같이 가려 버

리고 침상 위에 단정히 도사리고 앉았다.반시간쯤 지난 뒤에도 천수관음 손추평은 건너편 객

실 안에서 맞은 편 세심신니의 선방(禪房)을 줄곧 노려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들창 틈으로 세

심신니가 선방 안에 확실히 앉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조금 전까지도 이 늙은 여승의 음성

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그러나 또 얼마가 지난 뒤에 그 선방 안은 잠잠해

졌고, 아무런 인기척 소리도 들려 나오지 않았다.세심신니가 꼼짝도 하지 않고 선방 안에만 앉

아 있다는 데에 내심 수상쩍은 생각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세심암 사방에는 고수급

인물들이 단단히 파수를 보고 있으니, 절대로 걱정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또 세심신니의

그림자가 선방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우선 꾹 참고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또 반 시간이나 그대로 아무 동정이 없었다.천수관음 손추평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이상스

럽다는 생각이 번쩍 머리 속을 스쳤다.세심신니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손추평은, 감히 자기 편에서 먼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바깥을 서성거리는 척하고 살

며시 건너편 선방 들창 밑으로 다가섰다.몰래 들창 틈으로 선방 안을 엿보았다.소리라도 지를

것만 같이 자지러지도록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세심신니는 흡사 불상(佛像)처럼 장엄하게 침

상 위에 단정히 도사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