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평동호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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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녜요?””그렇다! 이 술은 바로 그 여자가 매화꽃 속에 맺힌 이슬 방울과 꽃잎 속에 있는

꽃술을 가지고 빚어서 만든 기막힌 술이다. 주전자에 넣어서 밀봉을 하는 데에도 아주 용의

주도하게 머리를 썼다!”소녀는 부리부리하고 시원스럽게 생긴 두 눈동자를 몇 번인지 두리

번두리번 굴렸다. 물기가 촉촉히 감돌고 있는 것같이 윤기가 반짝반짝하고 매력이 넘는

눈동자였다.”할아버지! 도대체 그 술의 이름을 뭐라고 하느냔 말씀이에요?””백일취 냉매향

이라고 한다!””아, 참! 술 이름이 더욱 근사하네요! 그런데 저는 어째서 그런 유명한 술 이

름도 몰랐을까요?””얘야! 천하에서 네가 모르는 일은 아직도 많으니까‥‥‥‥”소녀가 잠시

뭣인지 생각하더니 대뜸 물었다.”그럼, 할아버지께선 그렇게 좋은 술을 왜 실컷 마시지 않

으세요?”노인이 담담하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남겨 두었다가, 손님 대접을 하려고

그러는 거다!””아, 참! 그런 말씀을 하셨죠?”소녀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사방을 두

리번두리번 살펴보았다.”할아버지! 손님이 오셨다고 하시더니, 그 손님은 어디 계신가요?”

노인은 너털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돌려 소세옥이 숨어 있는 곳을 힐끗 건너다보며 말했

다.”헛! 헛! 헛! 젊은 협객! 이제 그만 이리 나오시오! 이 노부(老夫)는 그대와 더불어 이야

기하고 싶소!”이쯤 되고 보니 소세옥도 나타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방금 노인과 소녀가

주고받던 말 중에서 녹매곡이니 매화정이니 하는 고장을 한군데도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

의 주고받은 말로 추측해 보면, 두 군데가 꼭같이 무예계에서 유명한 이인(異人)들이 거처

하고 있는 유명한 고장임에는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또 노인의 말투는 어디까지나 태연

하고 점잖고 자기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 같지 않았으며, 자기 역시 이 노인에게 아무

런 잘못도 저지른 일이 없으니, 아무리 무예계에서 고명한 노인이라 하더라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소세옥은 즉각에 훌쩍 몸을 날려 숨어 있던 나무 앞으로 선뜻 나

섰다. 그리고 뚜벅뚜벅 점잖게 노인 앞으로 걸어와서 상반신을 굽혀 정중하게 읍을

했다.”소생이 불민하와 노인 선배님께서 조용히 계신 것을 시끄럽게 해 드렸습니다.

과히 허물치 마시기 바랍니다!”노인은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히며 자못 정중하게 대

답했다.”청년 협객! 그다지 예의 범절을 차릴 것은 없소! 이리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

나 해봅시다!”소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두 눈동자가 한시도 쉴 새 없이 소세옥

의 얼글 위를 더듬고 있었다.돌연 쌍끗 웃었다.”할아버지! 알아보지 못하세요? 이 젊

은 양반은 가면을 쓰고 계신데요!”소세옥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그의 가면

이란 것은 지극히 정밀하고 교묘하게 만든 것이어서, 여태까지 어떤 사람도 간파하

지 못했었다.’이 소녀는 어떻게 단번에 내 얼굴에 가면을 썼다는 것을 꼬집어 낼 수

있다는 걸까?’소세옥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